믿는 자가 복 되도다/요20:24-29 2004-05-04 12:05:52 한국 교회 야사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1900년대 초에 한 목사님이 노회에 참석하려고 먼 길을 가다가 하룻밤을 주막에서 묵게 되었습니다. 밖은 비가 오고, 방 안에는 등잔불 하나가 깜박이는데, 먼저 들어온 손님이 누워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기척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보따리를 내려놓고 옷을 벗어 횃대에 걸었습니다. 옷을 걸고 보니 윗주머니에 지니고 다니던 회중시계 줄이 번쩍이는 것입니다. 그때 마음속에 의심이 생겼습니다. ‘혹시 누워있는 저 사람이 도둑은 아닐까? 그렇다면 저 시계가 위험한걸’ 하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맡에 놓인 보따리에 속에 시계를 감추고 잠을 청하였지만 그래도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아예 보따리 째 들고 가면 어찌한다’ 이렇게 염려가 되어 잠은 천리 밖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사람이 부시럭하고 돌아눕습니다. 도둑질 할 기회를 노리느라고, 그 사람 역시 잠을 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목사님이 헛기침을 하였습니다. 그 사람도 소리를 냅니다. 서로가 ‘나는 자지 않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상이 들어왔는데 목사님이 기도를 하려고 고개를 숙이려니 상대방도 기도를 합니다. 서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주 쳐다보다가, 수인사를 하고 보니, 그 사람 역시 노회 참석하려고 길 떠난 어느 교회 장로님이었던 것입니다. 장로님도 목사님이 꼭 도둑 같아서 간밤에 한 잠도 자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노회에 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모르고 믿지 못해서 밤새 의심하고 잠 못 자고 고생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당연히 믿어야 할 사람이나 사실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도 괴로울 뿐더러 남까지 괴롭힙니다. 믿을만한 남편을 믿지 못하여 속을 끓이는 아내는 불쌍한 여자입니다. 조강지처를 두고도 그 아내를 불신하는 남편은 불행한 남자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그 근원을 살피면 서로가 믿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가정 문제도 그렇고 사회 문제도 그렇습니다. 표면에 떠오르는 문제를 깊이 들여다 보면 결국은 불신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고, 정부 또한 국민을 신뢰한다면, 하나가 되어서 이 시대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불신의 벽이 점점 쌓이게 되면 우리 사회는 힘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에는 의심이 있습니다. 의심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땅히 의심해야 될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의심은 확신을 가져오기 위한 의심이 되어야 합니다. 믿음으로 결론짓는 의심이어야 합니다. 의심을 위한 의심은 결국 파국을 가져 오지만, 믿음을 위한 의심, 믿음으로 향하는 의심은 생산적이요, 미래적인 것입니다. 일찍이 8복, 여덟개의 복을 말씀하셨던 예수님은 부활 후에 한 가지 복을 더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오늘 말씀 ‘보지 못하고 믿는 자는 복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 축복의 말씀은 도마라는 사람 때문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도마라는 사람은 마치 현대 지성인을 대표하는 듯한 인물입니다. 그는 상당히 비판적인 인물입니다. 무엇이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개성이 강한 사람입니다. 내가 확인하고, 내가 점검해야 믿겠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도마는 제자들이 모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했지만, 그는 자기가 직접 그 못자국과 창 자국을 보고 만져보기 전에는 믿지 않겠다고 단언했습니다. 그 후에 예수님은 다시 제자들이 모여 있던 장소에 나타나셨고, 그 자리에 도마가 있었습니다. 도마는 자기가 직접 부활하신 주님을 보고서야 비로소 부활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보지 않고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할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예수님은 믿음과 축복을 연결시키셨다는 사실입니다. 믿는 것이 복이요, 믿음이 축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도마가 믿지 않았던 것이나, 의심했던 것에 대해서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믿음 없음을 책망하신 것이 아니라, 믿음 없음을 도와서, 믿도록 축복하신 것입니다. 사실 의심은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의심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입니다. 따라서 믿는 자가 복되다는 말씀은, 의심과 방황 속에 싸워 믿음의 열매를 맺은 것을 말합니다. 도마의 의심은 사실 믿음에 이르는데 유익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이 밝은 대낮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낮이라고 완전히 밝은 것은 아닙니다. 또 밤이라고 완전히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낮의 밝음 속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섞여 있고, 밤의 어두움 속에도 약간의 빛이 섞여 있습니다. 빛과 어두움은 함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심과 믿음도 누구에게나 함께 있는데, 어떤 이는 믿음과 밝음 쪽으로 기울어져 살고, 어떤 이는 의심과 어두움 쪽으로 기울여져 삽니다. 즉 사람은 두 종류인데, 믿으며 살거나 믿으려고 노력하며 사는 사람과, 의심하고 오해하며 살거나 되도록 의심하고 비판하는 태도로 사는 두 종류의 사람으로 구별됩니다. 믿음과 밝음을 향하여 사는 사람은 긍정적이며, 소망의 방향을 향하고 있어, 건설적이고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의심과 어두움을 향하여 사는 사람은 부정적이며 절망을 향하고 있어서 파괴적이고, 자신도 불행하며 사회에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물론 때로는 믿으려고 하는 사람도 의심하며 살고 있습니다. 의심은 스스로의 싸움이며, 장차 깊은 믿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강하고 필요한 과정입니다. 성경의 위인들은 이 어려운 과정을 통하여 믿음에 도달하였습니다. 베드로도 세 번씩 예수님을 부인하면서 믿음의 깊이로 들어갔습니다. 바울은 예수 믿는 이들을 핍박하면서도 끝내는 믿음의 세계에 깊이 빠졌습니다. 욥기는 욥이란 사람이 고민과 회의와 번민의 과정을 통해 믿음에 이르는 정신적 투쟁을 그린 책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40년의 생활을 통해 의심과 불신과 우상 숭배를 통해 믿음의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갈등이 있고, 문제에 부딪치며, 고민이 생길 때, 바로 그 때가 영적 성장을 꾀해야 할 때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존재가 때론 믿어지지 않을 때, 유혹과 시련으로 내가 흔들린다고 생각될 때, 성경의 말씀이 믿어지지 않을 때, 나의 정신생활이 혼란할 때, 이런 모든 현상은 잘못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마련하신 더 깊은 믿음에로 발전하는 기회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실 정직하게 의심하는 사람이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보다 훨씬 희망이 있습니다. ‘불안한 신앙 보다는 정직한 불신앙이 더 귀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결국은 참된 신앙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심을 전적으로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의심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 의심을 통해 믿음의 깊은 단계에 들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보지 않고 믿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둘째, 도마는 의심을 통해 늦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게 되었지만, 바른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지 8째 되는 날에 제자들이 모여 있는 집의 문은 아직도 꽁꽁 잠겨 있는데, 예수님께서 들어 오셔서 “너희에게 평안이 있기를!” 하며 인사하셨습니다. 그리고 도마에게 “손으로 만져보고 이제는 믿으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자 도마는 대뜸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하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고백하는 말씀은 우리 기독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이 고백이 바로 도마에 의해서 맨 처음 되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도마의 부활절입니다. 도마의 부활절은 다른 제자들보다 한 주일 늦어졌습니다. 왜냐하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을 때 도마는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지각생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고백이 맨 처음 이루어 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명심해야 합니다. 먼저 믿느냐, 나중 믿느냐, 확실히 믿느냐, 의심하고 믿느냐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처음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처음 된다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바른 믿음, 바른 신앙 고백, 바른 신앙인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늦게 부활을 믿게 된 도마가 가장 먼저 바른 신앙 고백을 했던 것처럼, 바라기는 우리 평화교회 성도님들, 먼저 믿었다고 자랑하지 말고, 늦게 신앙 생활한다고 쳐지지 말고, 더욱 바른 믿음 안에서 주님의 부활을 믿고 증거하며 사시는 성도님들의 귀한 신앙 생활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셋째, 믿음은 예수님님께서 주시는 축복이라는 사실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도마에게 나타나신 것은 바로 도마의 믿음을 돕기 위한 것이요, 도마의 믿음을 견고케 하시려는 은총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주님의 부활 사건은 오늘 우리에게 믿음을 줍니다. 사실은 내가 그분을 믿는 것이 아니고 그분이 나에게 믿음을 주시는 것입니다. 부활 사건에서 믿음을 얻게 되어 이제는 모든 것을 믿게 됩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선물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어느 소문난 깡패가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 구원의 은혜와 기적을 설명합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역사가 나를 뒤집어 놓았다고 간증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기적을 입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비아냥거립니다. “쳇, 기적이 어디 있어?” 그랬더니 깡패였던 사람이 말합니다. “내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곧 기적이 아닙니까?”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반박합니다. “아, 그거야 당신이 마음을 고쳐 먹었으니까, 새 사람이 된 것 아니요?” 그랬더니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그것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누구는 자기 의지로 해 보려고 하지 않았던가요? 결코 자기 뜻대로 마음대로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예수를 믿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나를 믿게 만드신 것입니다. 내가 믿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나에게 믿음을 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우리 예수님은 나에게 믿음을 주십니다. 믿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주시는 선물이요, 축복입니다. 우리는 믿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믿는 자가 되는 출발점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믿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믿음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다 알고 믿는 것이 아닙니다. 부활을 보고, 알고, 믿는 것이 아닙니다. 믿게 되면 알게 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연애할 때, 그 누구를 다 알고 사랑합니까? 아니지요. 사랑함으로 그를 알게 됩니다. 다 알고 사랑하겠다고 하다가는 결혼을 못 합니다. 이것저것 다 캐고 알고 보니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은 못 믿게 되고 맙니다. 반대로 아직은 모르는 것이 얼마든지 많지만, 사랑을 하고보니 알게 되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알고 믿는 것이 아닙니다. 믿고 아는 것입니다. 이른 새벽이 되었습니다. 해운대 바닷가에 나가보니 해가 바다 속에서 떠오릅니다. 한 아이가 말합니다. “야, 너무 멋있다, 해가 바다 속에서 나온다.” 다른 아이가 말합니다. “해가 나오는 게 아니고, 지구가 돌아가는 거래.” 먼저 아이가 우깁니다. “너는 눈도 없냐? 저 봐라, 해가 바다 속에서 나오고 있지 않니?” 그러나 다른 아이는 확신에 차서 말합니다. “그렇지 않데, 우리 아빠가 분명히 말씀하셨어. 지구가 돌아간다고 했어. 나는 그걸 믿어.” 과연 우리는 내가 꼭 눈으로 보아야 하고, 내가 굳이 손으로 만져 보아야 믿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믿음은 선물입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저 사도들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증거 하는 것을 믿음으로 받아 들이고, 그것을 나의 확신과 경험으로 삼을 때에 믿음의 사람이 되고, 그 믿음의 결과로 참 하나님의 역사와 살아계심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믿되 일하면서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경에는 없는 얘기지만 이런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도마가 이 후에 또 의심이 생겼습니다. 이 의심을 어떻게 풀까? 그래서 믿음이 많은 베드로에게 가 보니, 전도하는데 분주해서, 만나 이야기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돌아와 바울에게 가 보니 더 분주하게 전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 돌아오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베드로도 잘 믿고 바울도 잘 믿어서 열심히 전도하는데 왜 나는 의심하며 돌아다닐까? 나도 가서 일해야 겠다. 그래서 인도로 갔습니다. 당시 가장 멀리 가서 열심히 전도했습니다. 지금도 인도에는 성 도마 교회가 있다고 하고, 마드라 시에는 도마의 무덤이 있다고 합니다. 일하는 가운데 의심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위대한 신앙인도 일시적으로는 의심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같은 이도 일시적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한 적이 있습니다. 욥도 하나님과 힘든 씨름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의심을 통해서 더 깊고 큰 신앙에 들어갔습니다. 의심을 통해 더 열심 있는 하나님의 일군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의심을 삼켜 버렸습니다. 우리 성도 여러분, 바라기는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나를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도마에게 하신 이 말씀이 바로 오늘 나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믿으며 사시는 우리 평화 교회 성도님들 모두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믿음의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우리 주님은 믿음 위에 믿음의 복을 더하시는 은혜를 베풀어 주실 줄 믿습니다. sani7008